라파엘로는 화가이자 건축가였지만, 다빈치와 미켈란젤로보다 회화에 주력했습니다. 우아한 아름다움을 담은 걸작을 많이 남겼지요. 라파엘로 작품이 갖는 큰 미덕은 르네상스 미술의 이상을 잘 구현했다는 점입니다. 그는 르네상스의 미적 이상과 표현 방식에 가장 충실했고, 동시에 르네상스를 완벽하게 재현한 화가입니다.

조화와 균형을 내세웠다고 해서 라파엘로가 삶과 사회의 모순을 인식하지 못한 것은 아닙니다. 이는 라파엘로가 남긴 최후의 대작인 ‘그리스도의 변모’(The Transfiguration·1518~1520)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라파엘로는 이 작품의 대부분을 그렸지만 완성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마무리 작업은 제자 로마노가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바티칸 미술관에 있는 이 그림은 문제작입니다. 초대형(276×405㎝)인 이 작품은 두 층위로 나뉩니다. 윗부분엔 신약성경 마태복음에 나오는 그리스도의 변모를 담았습니다. 얼굴이 해같이 빛나며 옷이 빛처럼 흰 그리스도 옆에는 모세와 엘리야가 있고, 바로 밑에선 제자 베드로, 요한, 야고보가 놀란 표정으로 그리스도를 바라봅니다.

아랫부분엔 세상 사람들의 혼돈스러운 모습을 그렸습니다. 이들이 그리스도의 변모에 놀란 것인지, 아니면 세상의 다양한 혼란을 드러내고 있는지 모릅니다. 후자의 해석을 따른다면 이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는 거룩한 천상과 혼란스러운 지상의 대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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