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혈병이 본격적으로 문제가 된 건 유럽인들이 신대륙 개척에 나서면서였습니다. 아프리카 희망봉을 발견한 바스코 다가마는 1497년 동인도로 항해하던 중 괴혈병으로 선원 189명 중 100명을 잃기도 했죠.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꿈꾸는 영국 해군에 괴혈병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었습니다. 1747년 군의관이던 제임스 린드 박사가 해법을 찾아냅니다. 레몬이나 오렌지 주스를 마시면 된다는 거였죠.

그러나 린드 박사의 주장은 50년 가까이 지나서야 받아들여집니다. 1795년에야 레몬 주스(후엔 라임 주스로 대치)가 영국 해군 정규 식사의 일부가 됐죠. 영국 해군에 ‘라임(limey)’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입니다(물론 당시 레몬 주스에 들어 있는 물질이 저(비타민C)인 줄은 몰랐습니다).

저는 때에 따라서 13가지 다른 이름으로 불립니다. A(레티놀), D(칼시페롤), E(토코페롤), C(아스코로브산), B1(티아민), B2(리보플라빈), B3(니아신), B5(판토텐산), B6(피리독신), B9(엽산), B12(시아노코발라민), H(비오틴), K(필로퀴논) 등이지요. 제 이름이 이렇게 다양한 데에는 영국의 생화학자 프레더릭 가울랜드 홉킨스 박사 덕이 큽니다. 그는 1906년 쥐를 사용한 영양 실험의 결과를 보고하면서 ‘식품에 들어 있는 어떤 미지의 성분이 건강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예언했죠. 이것은 영양소로서의 제 존재를 최초로 증명한 연구였습니다. 이 공로로 홉킨스 박사는 1929년 노벨 생리학ㆍ의학상을 받았죠. 그 외 저를 연구해서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들만 20명 가까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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