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보팔(Bhopal) 시에서 미국계 다국적기업인 유니언 카바이드사가 소유한 살충제 공장의 독성 가스 유출 사고로 하룻밤에 수천 명이 사망하였다. 시안화 가스와 제1차 세계대전 때 쓰였던 가장 치명적인 독가스인 포스겐이 뒤섞인 약 39t의 맹독 가스 메틸이소시아네이트가 한밤중에 도시의 대기로 흘러나온 것이다. 사망자 수의 최종 집계는 저마다 다르지만, 역사상 최악의 산업 사고로 기록될 이 사고로 약 3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15만여 명이 불구가 되었으며, 50만 명이 가스 중독으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 상수도가 오염되면서 암과 호흡 곤란, 기형아 출산율이 치솟았다. 유니언 카바이드사는 비용이 더 든다는 이유로 공장을 도시 외곽에 건설하기를 거부했다고 알려졌다. 1980년대 들어 살충제 수요가 감소하면서 이 공장은 필사적인 비용 절감 중이었고, 이 때문에 보수 및 안전 기준이 대폭 저하되었다는 것이다. 유니언 카바이드사는 피해 보상을 회피하기 위해 기나긴 법정 투쟁을 벌였으며 1989년에야 겨우 합의에 도달했다. 가장 인명 피해가 큰 가족이 한 가구당 2,200달러의 보상금을 받았을 뿐이고, 불구가 된 이들은 거의 한 푼도 받지 못하다시피 했다. 1992년, 보팔 법원은 사고 당시 유니언 카바이드사의 최고 경영자였던 워런 앤더슨에 대해 고살(故殺)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했지만, 미국은 신병 인도를 거부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저개발 국가에서 서양 다국적 기업의 행위에 대한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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