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5월 28일 소련의 방공망이 뚫렸다. 1만 6,055달러짜리 프로펠러 경비행기에 의해서다. 조종사의 신원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19세 서독 청년 마티아스 루스트(Mathias Rust). 고향 함부르크의 비행클럽에서 조종기술을 익힌 그는 장난과 객기가 아니라 자신의 비행이 '동서 양 진영의 평화를 위한 가교가 될 것'이라는 소명감에서 모스크바행을 강행했다. 비행 금지 지역인 모스크바 상공에 도달해 세 바퀴를 선회하는 여유를 보인 그는 오후 6시 43분 붉은 광장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루스트의 비행은 '나비효과'처럼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켰다. 사건 발생 이틀 만에 국방장관과 방공군 사령관이 해임됐다. 소련 공산당 서기장 고르바초프는 투자를 늘려 방공망을 강화하자는 군부의 의견을 묵살하고 안보 책임을 물어 군 간부 2,000여 명의 옷을 벗겼다. 보수적인 군부를 장악한 고르바초프의 개혁과 개방은 더욱 탄력을 받고 결국 독일 통일과 소련 붕괴로 이어졌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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