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세로 세상을 떠난 미국 ‘앵커의 전설’ 월터 크롱카이트는 뉴스를 마무리하는 클로징 코멘트에 있어서도 전설적 존재였다. 그는 자신이 오랫동안 진행한 「CBS이브닝뉴스」를 ‘…세상 일이란 다 그렇고 그런 것이다(And that’s the way it is)’라는 말로 마쳤다. 3년 전 그는 블로그 ‘허핑턴포스트’에 이 마무리 문장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나에게 있어 이 클로징 코멘트는 결과나 추후에 발생할 수 있는 논쟁에 상관없이 자신이 본 대로 사실을 보도한다는 기자 최고의 이상을 요약한다”는 것이었다. 저널리즘이 객관성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이 원칙에 따라 그는 뉴스 보도에 자신의 의견이나 논평을 덧붙여 끝내는 밤에는 예외적으로 이 코멘트를 쓰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에서 앵커란 직업의 공식 이름은 TV앵커맨(또는 우먼)이다. 앵커의 어원은 ‘닻’이다. 이 어원이 말하듯 앵커는 수많은 기사들을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데 있어 닻의 역할을 해야 한다. 당연히 기자와 시청자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뉴스 선택부터 제작, 진행 등 전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다. 헷갈리지 말아야 할 것은 크롱카이트가 추구한 객관성이 반드시 기계적 공정성과 균형을 뜻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만약 그런 것이었다면 크롱카이트가 1968년 베트남 전선 취재를 마치고 돌아와 “우리는 결코 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선언함으로써 반전여론을 크게 일으키지도 못했을 것이다.

크롱카이트는 미국 최초의 앵커로, ‘월터 아저씨’로, 가장 신뢰받는 사람으로 불렸다. 스웨덴에선 한때 앵커맨을 ‘크롱카이터’라고 부를 정도였다. 그리 된 데는 투철한 프로정신이 큰 몫을 했다. 시청자들이 쉽게 알아듣도록 하기 위해 분당 124단어 속도로 말하는 훈련을 했다. 보통 미국인들이 분당 165~200단어를 쏟아낸 것과 비교된다. 그의 23분짜리 워터게이트 사건 특집방송은 쉽고 정확한 방송언어를 구사한 것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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