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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생물체에게 일방적으로 이득을 취하면서 손해를 입히는 생물체를 무엇이라고 부를까?
한 생물체가 다른 종의 생물체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데 양쪽이 서로 이득을 취하면 공생(symbiosis)이라 하는 반면, 한쪽만 일방적으로 이득을 취하는 경우 이득을 보는 생물체를 기생충(parasite), 손해를 보는 생물체를 숙주(host)라고 한다. 이 관계는 영구적일 수도 있지만 일시적일 수도 있는데, 어쨌든 기생충이라고 하려면 최소한 일생의 어느 시기는 기생생활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사람의 대장에서 세들어 사는 대장균(Escherichia coli)은 기생충일까? 아니다. 행동양식은 분명 기생충이지만, 기생충의 요건 한 가지를 충족하지 못한다. 기생충으로 분류되려면 최소한 핵막이 있는, 즉 진핵생물(eukaryote)이어야 하는데,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미생물들은 이 핵막이 없는 하등한 동물들인지라 기생충이 될 수 없는 거다. 그렇다면 벼룩이나 빈대는 어떨까? 이것들이 늘 인간의 몸에 붙어사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삶의 일정 시기에 사람 몸에 붙어 피를 빨면서 영양분을 섭취하니 기생충의 정의에 딱 들어맞는다. 의대생들이 머릿니나 벼룩, 빈대 등을 기생충학 시간에 배우는 것도 그런 이유다.
여기까지는 다들 수긍하겠지만, 다음은 어떨까. 태아를 예로 들어보자. 태아는 일정 시기, 열 달에 가까운 기간 동안 엄마 뱃속에서 자란다. 엄마가 영양을 충분히 공급받던 말든 태아는 자기 먹을 것은 우선적으로 챙겨가니, 숙주인 엄마에게 피해를 입힌다. 그렇다면 태아는 기생충일까? 정답은 ‘아니다’이다. 태아도 엄연히 인간, 즉 호모 사피엔스인 바, 서로 다른 종의 생물체와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기준에 어긋난다. 그럼 영화 "에일리언"시리즈에 나오는 괴물은 어떨까? 그 영화에서 어미 에일리언은 수없이 많은 알을 낳는다. 그 알의 뚜껑이 열리면서 유충이 나오는데, 그 유충은 인간의 입속으로 들어가 거기서 발육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유충은 사람의 가슴을 찢고 나오며, 그 후엔 자유생활을 하며 인간과 맞장을 뜬다. 이 에일리언은 사람이란 숙주가 없으면 자라지 못하니 당연히 기생충의 정의에 들어맞으며, 여기서 사람은 에이리언의 중간숙주에 해당한다. 다 자란 성충이 기생하는 숙주가 종숙주, 유충이 기생하는 숙주는 중간숙주인데,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해서 모든 기생충의 종숙주가 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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