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7년 이른 봄,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 북쪽 건청궁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전깃불이 켜졌다. 대낮같이 밝은 이 불을 보고 사람들은 마귀불이니 도깨비불이니 했고, 건달불, 물불이라고도 불렀다. 에디슨이 탄소선 전구를 발명한 지 8년이 되는 해이자 일본 왕궁에 전등을 가설한 지 4년째 되는 해였다. 무척 이른 시기에 이루어진 조선의 전기 점등은 고종이 추진한 근대화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경복궁, 건청궁에 켜진 전깃불은 16촉광 백열등 750개를 켤 수 있는 규모의 설비였다. 석탄을 연료로 한 화력발전소의 형태를 갖춘 것이었다. 발전설비가 수랭식이었기 때문에 가열된 증기를 식히기 위해 물이 필요했으며, 건청궁 앞 향원지(香遠池)의 연못물을 끌어다가 냉각수로 사용하였다. 건청궁의 전깃불을 ‘물불’이라고 부른 까닭이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며, 자연히 연못의 수온이 올라가면서 그곳에 살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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