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목숨은 아홉 개'라는 유명한 영어 속담이 있다. 실제로 목숨이 아홉 개라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생명력이 강하다는 의미이다. 이 속담은 부적처럼 여겨져 고양이는 예로부터 행운의 상징처럼 배에 탑승시키는 동물이었다고 한다. 영국 템스강 인근 그리니치 국립 해양 박물관에는 흑백사진 그리고 파스텔 톤으로 그려진 고양이 그림이 있는데 바로 이 고양이가 아홉 개의 목숨을 가졌다는 '오스카(Oscar)'다. 오스카는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독일 해군 함정에 탔던 고양이로 여러 번의 침몰에서 무사히 살아남은 일화를 가지고 있다. 검은 턱시도 고양이 오스카는 1941년 5월 18일, 독일 전함 비스마르크호에 처음 탑승했다. 그로부터 불과 열흘 후 전투에서 비스마르크호는 침몰하였는데, 오스카는 바다 위 나무판자에 올라가 있다가 지나가던 영국 구축함 HMS코새크호의 승조원에게 구조되었고 '오스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하지만 HMS코새크호도 불과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독일 잠수함 U-563의 어뢰에 맞아 작동 불능이 되었다. 날씨까지 최악으로 치닫고 결국 배는 침몰하였지만, 오스카는 이번에도 살아남아 HMS 아크 로열 항공모함으로 옮겨탔다. 이 배도 1941년 11월 14일 독일 잠수함 U-81의 어뢰를 맞아 지브롤터 해협에서 침몰하였다. 항공모함이었던 관계로 침몰 속도가 느렸고, 날렵한 고양이 오스카는 물에 떠다니는 판자를 발견하고 찰싹 달라붙어있다가 구조작업을 펼치던 라이트닝호와 리전호에 의해 발견되었다. 이후 오스카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출신의 선원에게 입양되어 선원의 고향에서 쥐를 잡는 일에 매진하였다. 나머지 6개의 목숨은 써먹을 일 없이 오스카는 고양이 다운 여생을 보내다가 1955년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흥미로운 사실은 국제 음성기호의 'O'는 오스카이며, 이것은 'Man Overboard', 즉 해상 조난자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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