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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가 하루동안 먹는 데 보내는 대략적인 시간은?
1만여 년 전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인류의 주식이 곡류로 바뀌었지만 우리 몸은 아직 적응하지 못해 각종 성인병이 만연한다고 한다. 그래서 수렵채취인이었던 구석기시대의 식단으로 돌아가자는 움직임도 있다. 사실 1만 년이면 불과 300~400세대이기 때문에 우리 몸은 새로운 식단에 맞게 진화하지 못한 상태일지도 모른다.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인류는 판다보다 한참 양호해 보인다. 학술지 ‘m바이오’ 최근호에 실린, 판다의 장내미생물을 분석한 논문을 보면 판다의 장 건강이 별로 안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판다는 초식동물인데(그것도 대나무만 편식한다) 장내미생물 조성은 오히려 육식동물에 가깝다는 것. 그 결과 소 같은 초식동물에 있는, 섬유질을 소화하는 미생물이 거의 존재하지 않아 먹은 대나무의 대부분이 대변으로 배출된다. 따라서 판다는 깨어있는 시간 대부분을 먹는 시간으로 보내 최대 하루 열네 시간 동안 대나무 12.5kg을 먹어치우기도 한다.
상하이교통대 등 중국의 연구자들은 판다의 장 속에 살고 있는 장내미생물은 식성의 변화에 적응했는가를 알아보기로 했다. 이들은 판다 45마리의 분변을 봄, 여름, 늦가을 세 차례에 걸쳐 채취한 뒤 메타게놈분석법으로 장내미생물의 조성을 밝혔다. 그 결과 놀랍게도 장내미생물의 조성 역시 여전히 육식동물의 장에 있는 장내미생물의 조성과 가깝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육식동물의 장내미생물 조성은 초식동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섬유질을 분해하는 미생물은 거의 들어있지 않다. 그런데 판다의 장에도 섬유질을 분해하는 미생물이 거의 없었던 것. 따라서 대나무의 소화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동일한 개체도 계절별로 채취한 분변의 장내미생물 조성이 크게 달라 장내미생물 생태계가 불안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람은 몇 해가 지나도 개인에 따라 장내미생물의 기본 구성은 거의 바뀌지 않는다.
연구자들은 “판다는 장질환에 매우 취약하다”며 “이런 장내미생물의 특성이 판다가 멸종위기에 몰리게 된 데 한 요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판다가 대나무만 먹은 지 무려 200만 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육식동물의 소화기와 장내미생물 조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진화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라고 연구자들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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