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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흘리는 염통(bleeding heart)’은 무엇을 가리키는 말일까?
예쁜 금낭화의 맵시는 옛 여인네들이 치마 속 허리춤에 매달고 다니던 두루주머니(염낭)와 비슷하다 해 ‘며느리 주머니’라 부른다. 서양 사람들은 그 모양이 심장 흡사한 것이, 붉되 붉은 피를 흘리는 것 같다 해 ‘피 흘리는 염통(bleeding heart)’이라 부른다.
금낭화(Dicentra spectabilis)는 양귀비목, 현호색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으로 40~50㎝ 정도로 훤칠하게 자란다. 보통 겨울 동안 식물체의 지상부가 말라죽고 뿌리만 남아 있다가 다음 해에도 생장을 이어가는 숙근초(宿根草)로, 줄기는 연약한 것이 곧추서며 가지를 친다. 잎은 어긋나고 손바닥 모양이며, 3장의 잔잎(小곸)이 달리는 겹잎(複곸)이다.
금낭화의 꽃말은 ‘당신을 따르겠습니다’이란다. 20~30㎝ 남짓의 활처럼 휘어진 긴 꽃대에 주머니 모양의 꽃들이 많게는 20여개가 줄지어 대롱대롱 매달렸고, 꽃망울은 연한 홍자색의 염통꼴로 그 모양새가 너무 현란하다. 그런데 넘실넘실 꽃들이 주렁주렁 땅바닥을 향해 고개 숙인 것이 마치 언제나 순종하겠다는 겸손한 모습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꽃잎은 4장이 모여서 편평한 심장형의 볼록한 주머니 모양을 한다. 꽃을 자세히 뜯어보면 네 장의 꽃잎 중 2장은 분홍색을 띤 겉꽃(外花皮)이고, 나머지 2장은 겉꽃이 감싼 흰 속꽃(內花皮)인데 그 일부가 아래로 뾰족 튀어나와 혀(舌)처럼 보인다. 겉꽃잎을 양쪽으로 벌려 떼 내고, 속꽃잎을 열어보면 양편에 각각 3개씩, 6개의 수술과 가운데 암술 1개가 혀같이 생긴 곳(속꽃잎)에 들어있다. 열매는 6~7월경 긴 타원형으로 달리고, 한 개의 꼬투리엔 검고 윤기 나는 종자가 여남은 개씩 들었다.
금낭화에 붙은‘bleeding heart’란 이름은 일본의 전설로 만든 말이긴 하지만 금낭화의 구조를 속속들이 잘 설명하고 있다. “한 싹싹한 젊은이가 귀여운 한 소녀를 죽도록 사랑하게 됐다. 그는 소녀에게 금낭화의 겉꽃잎 닮은 토끼를 선물했으나 박절하게 거절당한다. 그래서 다음엔 속꽃잎 비슷한 실내화(slipper)를 선물했으나 역시 매정하고 쌀쌀맞게 퇴짜를 맞는다. 마지막으로 꽃뿔 닮은 한 쌍의 귀고리를 선물했으나 또다시 물리침을 당한다. 거듭 실연해 무척 상심한 청년은 꽃 아래 중간에 불쑥 내민 혓바닥꼴의 칼로 심장을 찔러 피를 흘렸다.”
상그레 웃는 저 며느리주머니에 이런 슬프고 쓰라린 사연이 들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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