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붉은 돼지, 이웃집 토토로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이지만, 코쿠리코 언덕에서는 미야자키 고로의 작품이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미야자키 하야오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싫어도 알 수 밖에 없으며 그의 활동기에 살았던 사람이라면 적어도 한 번 쯤은 그의 이름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특히 팬덤 형성에 초점을 맞춘 시리즈물이 아니라 완결성을 갖춘 단독 영화를 주로 만들어 왔기에 대중적으로 가장 이름이 널리 알려진 감독 중 한 명이다.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역사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만화계의 역사를 논할 때도 미야자키의 이름은 절대로 빠지지 않는다.

남녀노소 모두가 감동하고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데에 도가 텄는데, 가볍고 마음 따듯한 이야기도,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격정적인 이야기도 그의 전매특허인 동화같은 그림체로 자유자재로 그려낸다. 한국의 일반 대중에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모노노케 히메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만화판을 보면, 삭막하고 잔인한 장면도 얼마든지 그려 보일 수 있다.

그림 작화와 디자인, 서사, 연출을 고루 할 줄 아는 것을 넘어 대단히 잘하는 실력, 사람의 감정과 동작, 마음에 관한 이해도가 특유의 철저한 완벽주의 성향과 맞물려, 그의 영화들은 단순히 재미있거나 흥미로울 뿐 아니라 영상물로서의 완성도가 빼어나, 가장 실력 발휘가 덜 된 작품조차도 수작 이상으로 평가받고, 개중 돋보이는 걸작들은 가히 완벽에 가깝다.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 영화들 중, 일반적으로 만인의 사랑을 받는 작품들은 십중팔구 그가 제작을 맡은 것들이고, 그가 부분적으로 기여하거나 제작 중간에 대타로 들어가거나 하지 않고 온전히 총괄한 작품들의 완성도는 흠잡을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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