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나 분위기가 쓸쓸하고 스산할 때 쓰는 ‘을씨년스럽다’는 말은 1905년 이후부터 쓰기 시작했어요. 을씨년스럽다는 ‘을사년스럽다’가 변한 말인데, 여기서 ‘을사년’은 일본이 강압적으로 조선과 한일협상조약을 맺은 1905년을 말해요. 을사년에 체결됐다고 해서 이 조약을 보통 ‘을사조약’이라고 하는데, 일본이 조약의 기본 요건도 무시한 채 강제로 맺었기 때문에 ‘을사늑약’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에요. ‘늑약’은 강제로 맺은 조약이라는 뜻이거든요. 이 조약이 체결되면서 조선은 모든 외교권을 일본에 빼앗겼고, 외국에 있던 모든 외교 기관도 문을 닫아야 했어요. 일본은 이를 빌미로 조선의 정치와 군사의 모든 일에 관여하면서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었지요. 이 조약이 체결됐을 때 사람들은 온통 침통하고 참담한 분위기에 빠졌어요. 아주 치욕적이고 슬픈 일이었지요. 그때 이후로 몹시 쓸쓸하고 어수선한 느낌이 들 때면 을사년의 그 기분 같다고 해서 ‘을사년스럽다’고 하게 됐어요. 이 말이 변해 지금처럼 ‘을씨년스럽다’가 된 거예요.

해설 더 보기: term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