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팅(flyting)이란 무엇인가?
고대 그리스에는 일종의 ‘시 배틀’이 있었다. ‘capping’이라고 불렸던 이 경연에서 그리스인들은 일대일, 혹은 집단 대 집단으로 특정 주제에 관한 시 구절을 주고받으며 경쟁을 펼쳤다. 참여자들은 주제에 관한 자신의 이야기를 즉흥적으로 토해냈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언어 유희와 비유, 때로는 조롱까지 나왔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의 시 배틀이 격앙될 경우 물리적인 폭력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점이다. 심지어 시 배틀 중의 싸움으로 인한 사망자가 나왔다는 기록도 있다. 이렇듯 고대 그리스의 시 배틀은 단순히 시와 랩의 언어적인 불가분 관계뿐만 아니라 그 경쟁적 면모 및 공격성과 관련해서도 랩 배틀과의 연결고리를 지니고 있었다.
플라이팅(flyting) 역시 랩 배틀과 연관 지을 수 있다. 플라이팅은 다툼 혹은 싸움이라는 뜻의 고대 영어 ‘flitan’에서 나온 단어로, 주로 15~16세기 당시 스코틀랜드에서 벌어졌던 ‘시적 언쟁(poetic insults)’를 가리킨다. 이 언쟁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Makars’라고 불렸고 이들은 언쟁 중에 도발, 위협, 성적 모욕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특이한 점은 스코틀랜드 왕들의 ‘궁중 플라이팅’을 장려(?)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제임스 4세와 제임스 5세가 즉위했던 15~16세기 당시의 궁중 플라이팅 광경이 기록으로 남아 있으며, 제임스 5세는 자신의 플라이팅에 대한 응답으로 참여자에게 자신을 향한 모욕적 언사를 직접 요구하기도 했다. ‘shit’이란 단어가 모욕의 의미로 쓰인 것이 이 당시가 최초라는 말도 있다. 일부 학자는 스코틀랜드의 플라이팅이 랩 배틀의 직접적인 기원이라는 좀더 적극적인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스코틀랜드에서 흑인 노예를 부리던 노예주들이 미국으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노예 인구 사이로 플라이팅이 자연스럽게 전파되었고, 그것이 미국 흑인의 음악이자 문화인 힙합에도 연결되어 랩 배틀의 시초가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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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uffingto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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