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펭귄은 몸집이 커서 새끼를 기르려면 다른 펭귄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알을 낳고 부화하고 키우는 4개월의 기간 동안 암컷과 수컷은 번갈아 가면서 출산과 양육의 책임을 분담한다. 초기 두 달은 암컷의 몸속에서 체내 부화의 시기를, 나머지 두 달은 수컷의 발등에서 알이 성숙하는 체외 부화단계를 거친다. 추위에서 알을 보호하기 위해 발등과 자신의 아랫배 사이에 알을 품던 암컷은 조심조심 수컷에게 전달한다. 영하 60도~70도를 오가는 남극에서는 단 2분만에도 알이 얼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발등에서 발등으로 알을 전달하는 황제펭귄들의 모습이 아슬아슬하다. 잠시의 방심도 치명적인 결과를 낸다. 생존 앞에 선 동물의 진지함을 보며 인간으로서 삶을 어찌 대해야 하는가. 숙연해진다.

수컷에게 무사히 알을 넘긴 암컷은 추위와 얼음을 뚫고 먹이를 구하러 바다로 나간다. 꼼짝없이 서서 굶주림과 2개월간 영하 60도의 혹한을 버텨내며 알을 품는 이들은 수컷 황제펭귄들이다. 맨 몸으로 서서 암컷 펭귄이 교대하러 올 때까지 알을 지켜낸다. 암컷 펭귄을 기다리면서 수컷펭귄들은 눈보라와 추위로부터 생존을 위해 서로의 몸을 밀착해 열을 유지한다. 이것을 ‘허들링’이라고 하는데 서로의 몸을 밀착하면서, 가장자리에 서서 온몸으로 눈보라를 막아내던 펭귄과 안에서 몸을 녹인 펭귄들이 밖에서 안으로, 안에서 밖으로 자리를 바꾸는 생존을 위한 행동이다. 자연을 정복하지도 거스르지도 않으며 서로를 배려하는 겸손한 순환이다. 가장 어려운 자리를 소수의 펭귄에게 떠넘기지 않고 차례차례 자리를 바꿔주는 그들에게서 공존을 위한 삶의 지혜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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