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 특유의 정령 신앙은 일상생활에서 먹거리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애착으로 표현된다. 그들에게 식사가 갖는 의미는 단순히 배고픔을 해소하고 맛을 느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일본인들에게 식사란 자연 속 정령, 즉 카미(神)가 가진 생명력을 인간의 몸 안으로 흡수해 들이는 종교적 의미를 갖고 있다.

"이타다키마스"와 신사 앞 참배. 합장하는 방식은 동일하다. 신토와 불교가 혼합되어 창안된 의례다.

일본인들의 식사 예절 가운데 유명한 것으로, 식사 전 두 손을 합장하고 "이타다키마스(いただきます)"라고 말하는 것이 있다. 다수의 일본인들이 함께 먹는 사람이 있든 없든 간에 식사 전 이 말을 한다. "이타다키마스"는 통상 한국어로 "잘 먹겠습니다"로 번역되지만, 정확한 뜻은 "감사히 받겠습니다"가 된다.

무엇을 받는다는 것일까? 바로 자연물 속에 담긴 정령의 생명력, 이를 감사히 받겠다는 의미다. 이 말은 일본 불교에서 유래된 용어이긴 하나, 근본적으로는 이 불교와 융합된 신토적 정령신앙을 반영하는 말이다.

일본만 아니라 동아시아 불교 사찰에서는 발우공양(승려들의 식사)시 소심경(小心經, '작은 반야심경'이라는 뜻)을 외우게 한다. 이 소심경 안에는 '봉발게(奉鉢偈)'라는 이름의 게송(偈頌, 깨달음을 즉흥적으로 표현한 말)이 포함돼 있다. 이 봉발게를 외울 때는 밥이 담긴 그릇을 정수리 위로 올려 자연 만물에 감사의 뜻을 표시한다.

"이타다키마스"는 바로 이런 예식에서 유래됐다. 애초에 "이타다키마스"의 기본형 '이타다쿠(いただく)'가 정수리 정(頂)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처럼 자연물에 담긴 생명력을 섭취하는 데 감사를 표하는 불교 예식이 일본의 신토적 풍습으로 자리잡는 데는 아무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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