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캐릭터 뽀빠이는 1929년 1월17일 처음 등장했다. 물론 자신이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뽀빠이는 엘지 크라이슬러 시가(Elzie Crisler Segar)의 연재 만화 ‘팀블극장(골무극장)’을 통해 조연으로 얼굴을 비치며 점차 독자들의 머릿속에 각인됐다.

사실 평범하기 이를 데 없다. 늘 담배 파이프를 입에 물고 다니는 못난이다. 키도 작고 머리카락도 없는 주걱턱일 뿐인 이 마린보이는 시금치만 먹으면 힘이 세져 근육이 불끈불끈 솟아오른다.

외모만으로는 그리 매력적이라 할 수 없는 이 바다 사나이는 첫 등장 이후 5년여 만에 미국인의 식습관마저 뒤바꾼 최고의 히트캐릭터가 되기에 이른다. 경쟁상대도 엄청나다. 월트디즈니의 일등 캐릭터 미키마우스였다.

사실 이 만화는 뽀빠이의 여자친구인 올리브 오일과 올리브의 오빠인 캐스터, 올리브의 남자친구 함이 등장해 매회 재미난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다. 이 만화에서 뽀빠이는 등장 6개월 만에 올리브의 콧잔등에 입을 맞추며 본격적인 연인 선언에 돌입했다. 당시 올리브는 만나고 있던 남자친구 함을 버리고 뽀빠이를 선택했고, 이때부터 뽀빠이는 올리브와 미국인의 사랑을 동시에 받게 됐다.

뽀빠이는 수많은 매체 안에서 다양한 에피소드로 등장했지만 그 기본 성격은 변함이 없다. 수많은 난관과 고비를 맞으면서도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이겨내고 연인 올리브를 지키기 위해 분투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등장하는 삼각관계 러브라인은 여기에도 존재했다. 뽀빠이와 올리브, 브루터스 사이의 에피소드도 때문에 쏠쏠한 재미였다. 물론 삼각관계라고 하기엔 브루터스는 지나치게 일방적이었다. 이에 뽀빠이는 브루터스로 대변되는 사악한 존재들에 대항하는 ’정의의 사도‘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그런 뽀빠이는 참는 데에 익숙한 소시민들의 억눌린 감정을 분출해준 대변인으로 상징됐다.

뽀빠이가 미국인에게 특히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것은 “나는 나야. 그게 나의 전부야(뽀빠이의 단골대사)”라고 말하는 미국식 개인주의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화영화 뽀빠이 시리즈에서 뽀빠이가 브루터스를 물리칠 때는 항상 미국 국가인 ‘성조기여 영원하라’가 쓰였으니 그 만큼의 사랑을 받는 것이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다.

뽀빠이의 높은 인기와 맞물려 가장 큰 수혜를 본 이들도 있었다. 바로 시금치 농사를 짓는 농부들이다. 뽀빠이는 위기에 처할 때마다 시금치를 먹으며 변신했다. 실제로는 제로에 가까운 칼로리를 가진 채소이기에 아무리 그것을 먹어봤자 원기충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뽀빠이는 늘 이 시금치를 먹고 힘을 얻었다. 만화 뽀빠이의 인기를 반영하듯 당시 1930년대 미국에서는 시금치 소비량이 30% 가량 증가했을 정도이며 심지어 ’시금치 통조림‘이 처음 생겨나 불티나게 팔려나가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시금치 소비량 증가에 감격한 텍사스주의 시금치 생산지인 크리스털 시티 측은 1937년 뽀빠이 동상까지 세웠을 정도이니, 뽀빠이가 전미국인의 식단을 바꿨다 해도 무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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