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에는 ‘황소의 피‘라고 부르는 레드 와인이 있다. 헝가리 말로 에그리 비커베르(Egri Bikavér). 에게르(Eger) 지방에서 만든 황소의 피(Bikavér)라는 뜻이다. 왜 하필 황소의 피일까. 답을 알기 위해선 헝가리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6세기 오스만튀르크가 헝가리를 침략했을 때 일이다. 튀르크군은 1526년 모하치 전투에서 승리한 뒤, 1541년 헝가리 수도였던 부다페스트를 점령하고, 1552년 또다시 그곳에서 동쪽으로 140km 떨어진 에게르성(城)을 침공했다. 8만 명이나 되는 튀르크군에 대항하는 에게르 병사 수는 고작 2000명. 승리는 불가능해 보였다. 성주는 마을 창고를 열어 병사들에게 좋은 음식과 와인을 내줬다. 그들의 사기를 진작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해서였다.

레드 와인을 들이부은 병사들의 수염과 옷은 붉게 물들었고, 그들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튀르크군의 공격을 막아냈다. 예상치 못했던 에게르군의 용맹함을 마주하자 튀르크군 사이에선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에게르군이 황소의 피를 마시고 전투에 임했다는 무시무시한 얘기였다. 겁을 먹은 튀르크군은 결국 38일 만에 에게르를 포기한 채 물러났고, 이후 사람들은 에게르의 레드 와인을 황소의 피라는 별칭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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