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일담, 즉 에필로그는 원래 연극의 마지막 한 장면이나 대사, 폐막사(閉瘼辭)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것이 서사물의 종결 부분을 지칭하는 용어로 점차 확대되어 쓰이다가, 현대에 와서는 이야기의 말미에 덧붙는 좀더 특수한 결말의 단계를 지칭하는 제한적인 개념으로 정착되었다. 프롤로그(prologue)의 반대말이다.

엄밀하게 보아 후일담은 이야기의 구조 밖에 덧붙여지는 이야기, 즉 사족이다. 그러나 독자들의 충족되지 않은 욕망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붙여진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사족으로 보기도 한다. 고전소설의 경우 갈등이 모두 해결된 후에도 서사적 현재 시간을 훨씬 건너뛰어 인물의 미래에 대한 부연설명을 덧붙이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일종의 후일담에 해당한다.

현대소설에서도 후일담이라는 사실을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으나, 사건이 모두 종결된 이후의 서사적 미래 시간을 결말에 덧붙이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이때 사건과 인물에 대한 작가의 전지적 위치가 은연중에 드러나게 되는데, 작품의 전체 구조와 후일담 부분이 긴밀하게 연결되지 않는다면 미학적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광수의 『무정』의 결말 부분은 후일담의 한 예가 된다. 주요인물들이 삼랑진에서 자선음악회를 연 후 삶에 대한 의지를 다진 데서 이야기가 끝나지 않고, 작가는 그 이후 인물들이 어떠어떠하게 살고 있다는 사실까지를 군더더기처럼 덧붙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후일담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밝히는 경우도 있다. 이 때 후일담은 별다른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체 구조 속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경우도 있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연작의 경우가 후자에 해당한다. 이 작품집은 「뫼비우스의 띠」에서 시작해 「에필로그」로 끝이 나는데, 어느 고등학교 수학교사의 수업시간을 다루고 있는 이 두 단편이 난장이 가족의 이야기를 감싸안으며, 전체 구조에서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후일담'이라는 용어와 관련하여, '후일담 문학'으로 칭해지는 작품군도 있다. 1930년대 카프 해체 후 사상운동가의 전향을 다룬 작품들과, 1980년대 운동권 문학을 계승하여 전통적인 리얼리즘의 방법과 세계관을 드러낸 일군의 작품들은 '후일담 문학'이라고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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