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석이나 정전기 없이 소리를 이용해 여러 가지 작은 물체를 허공에 띄우고는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이른바 ‘음파 공중부양’ 장치가 개발됐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ETH)의 기계공학자 디모스 포울리카코스(Dimos Poulikakos) 연구팀은 “음파를 이용해 허공에 띄운 물체를 접촉 없이 이동하고 조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과학저널 <미국 과학한림원 회보(PNAS)>의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저자들은 논문에서 “음향 복사 압력(acoustic radiation pressure)에 관한 레일리 경의 개척적 연구가 있은 지 한 세기가 지나, 음파 공중부양의 주요한 이점을 수확하는 획기적 개념을 제안한다”며 의기양양하게 연구성과의 의미를 강조했다. 영국의 저명한 과학인인 레일리 경(Lord Layleigh)은 1902년 낸 “진동 압력에 관하여(On the pressure of vibrations)”라는 논문에서 처음으로 진동 압력의 존재 가능성에 관해 논했다.

물체를 아무것에도 닿지 않게 허공에 띄우는 데엔 공기나 자기, 정전기의 힘이 주로 이용돼 왔으며, 근래에는 레이저 빛의 초점에 인력과 척력이 작용하는 광학적 성질을 이용해 미세 입자를 레이저 초점에 붙잡아두는 기술(‘광 핀셋’)도 개발돼 왔다. 물론 음파를 이용해 물체를 허공에 띄우는 방법도 이미 개발돼 현재 활동되고 있으며, 액체에서 물체의 움직임을 음파로 조정하는 기술도 1990년대 말 이래 보고된 바 있다. 음파도 본래 압력을 지녀 물체에 작용할 수 있지만 실제 물리적 작용을 일으키려면 음파 압력의 세기를 매우 높여야 한다.

연구팀은 음파 공중부양 기술이 여러 분야에서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자기, 전기, 광학 같은 다른 물질 속성의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물체를 허공에 띄워 움직임을 비교적 쉽게 조정할 수 있다는 이점 덕분에 이 기술이, 접촉으로 인한 변형이나 오염 가능성을 없애야 하는 실험이나 위험한 화학 반응 작업을 하는 등에 응용될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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