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캐럴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눈물로 가득한 연못’이란 장면이 등장한다. 앨리스는 잠시 잠이 들어 깊은 구덩이에 빠졌는데 출구를 찾지 못해 한참 운다. 앨리스는 몸 크기가 작아져, 자신이 흘린 눈물이 만든 연못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그때 생쥐 한 마리가 어디선가 나타난다. 앨리스가 말을 건다. “오, 마우스(생쥐)여. 이 연못을 나가는 길을 아니? 여기서 헤엄치는 것이 너무 피곤해. 오, 마우스여!” 앨리스는 생쥐를 부를 때 ‘마우스’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쥐에게 말해 본 적이 없었지만 오빠의 라틴어 문법책에서 ‘마우스’에 대한 격(格)변화를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우스, 마우스의, 마우스에게, 마우스를, 오 마우스여!’

앨리스와 생쥐의 대화

생쥐는 앨리스를 한참 쳐다본 후, 조그만 눈으로 윙크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앨리스는 생쥐가 영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엔 프랑스어로 말을 건넸다. 윌리엄 1세가 11세기 영국을 정복하러 이주했을 때, 그 생쥐도 함께 왔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윌리엄 1세가 거의 1000년 전 사람이란 사실을 몰랐다. 앨리스는 프랑스어를 배울 때 외운 첫 문장을 생쥐에게 말했다. “우 에 마 샤트(Ou est ma chatte)?” “고양이가 어디 있지?”라는 뜻이다. 그러자 생쥐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물에서 나와 공포에 질려 온몸을 떨었다. 앨리스는 말한다. “미안해. 나는 네가 고양이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었어.”

생쥐는 앨리스에게 묻는다. “네가 나라면 고양이를 좋아하겠어?” 앨리스는 자신이 키우는 ‘디나’라는 고양이를 만나면, 생쥐가 고양이에 대한 선입견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생쥐는 이번엔 꼬리까지 부들부들 떨며 다시는 고양이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앨리스가 자신이 키우는 개에 대해 말하기 시작한다. 생쥐는 멀리 헤엄쳐 간다. 정신을 차린 앨리스는 다시는 고양이나 개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생쥐는 다시 서서히 앨리스에게 돌아와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물에서 나가자. 내가 나의 이야기를 들려줄게. 그러면 너는 내가 왜 고양이와 개를 싫어하는지 알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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