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의 트라키아 지방에서는 크리스마스와 사순절 기간 동안 나쁜 악령을 쫓아내고 복을 불러 들이기 위해 전통행사 '쿠케리(Kukeri)'를 연다. '쿠케리'에서 남자들은 무서운 동물의 얼굴을 한 나무 마스크를 쓰고, 무거운 종을 허리에 차고서 역동적인 춤을 춘다. 악귀를 내쫓기 위해 악귀보다 '더 무서운' 얼굴로 말이다.

야수의 얼굴, 사슴의 뿔 같은 머리, 그리고 여러 색깔로 자수 놓여진 다양한 패턴의 의상들은 이 지역에 내재된 신화 속 장면들이 삶의 현장으로 생생히 걸어 나온 듯한 원초적인 에너지와 주술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또한 그들의 의상을 일상에서 보기 힘든 과장된 장식으로 이루어져있지만, 오히려 그 디자인은 그들의 주변 환경과 매우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건초 더미를 온 몸에 덮고 있는 듯한 의상은 황량하고 적막한 풍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모습이며, 또 다른 가면과 의상은 그 주변에 있는 나무 형상과 매우 유사해 카모플라주와 같은 인상을 준다. 즉 그들의 독특한 의상을 비롯해, 이들이 행하는 토속 신앙은 그들이 맞대고 있는 자연의 일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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