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메리카의 코스타리카와 파나마에 서식하는 아놀도마뱀 가운데 물가에 살다가 놀라면 물속으로 뛰어드는 종(아놀리스 아쿠아티쿠스, Anolis aquaticus)이 있다. 이 도마뱀 연구자는 물속으로 내빼 한동안 나오지 않는 습성 때문에 골탕을 먹곤 한다.

코스타리카에서 이 도마뱀을 연구하던 린시 스워크 미국 뉴욕주립대 빙햄턴 캠퍼스 교수도 그랬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고 애초 연구계획은 아니지만, 이 도마뱀을 제대로 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스워크 교수는 과학저널 ‘파충류학 리뷰’ 최근호에서 “약 600마리의 도마뱀을 관찰했는데, 가장 긴 잠수기록은 16분이었다. 그런데 이 기록을 세운 성체 수컷도 연구진이 건드려 물 밖에 나왔다.”라고 밝혔다. 사람은 훈련 받은 이라도 잠수 시간이 3∼4분 정도이다.

물속에서 이 도마뱀은 가슴을 규칙적으로 움직여 호흡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고 스워크 교수는 밝혔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도마뱀의 이마에 달린 커다란 공기방울도 똑같이 팽창과 수축을 되풀이했다.

공기방울은 코끝에서 눈위 사이의 이마에 형성됐는데, 밑부분은 머리·눈·귀를 포함한 머리 전체를 덮은 얇은 공기막과 연결돼 있었다. 스워크 교수는 “이런 식의 호흡법은 장시간 잠수를 위해 사람이 사용하는 스쿠버 탱크와 흡사하다”고 밝혔다.

그는 “머리와 목에 추가로 공기주머니가 달려 공기방울에 신선한 공기를 보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공기방울 속에 내쉰 이산화탄소의 일부는 물속에 녹는 방식으로 제거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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