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의 무법자

"욕망"의 경우처럼 일본의 영화업자들은 서양 영화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제목을 일본인의 감성에 맞게 고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물론 우리나라는 아무런 투자 없이 그들이 정한 제목을 그대로 따라 썼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자기들한테 접점이 없는 낯선 이름으로 된 제목들은 모조리 낭만적인 제목으로 바꿔버리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Bonnie And Clyde", "내일을 향해 쏴라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같은 경우다. 그리고 이 걸작 스파게티 웨스턴 영화처럼 번역을 했을 때 정서적으로 안 맞을 거 같은 경우도 고쳐버렸다.

"석양의 무법자"의 이탈리아식 원래 제목은 "좋은 놈, 못생긴 놈, 나쁜 놈Il Buono, Il Brutto, Il Cattivo"이다. 이것이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좋은 놈, 나쁜 놈, 못생긴 놈The Good, The Bad, The Ugly"으로 순서가 바뀌었다. 아무튼 이 제목은 대단히 독창적이다. 영화는 이 세 남자의 이야기이며, 제목은 세 사람의 이미지를 대표한다. 번역했을 때 약간 어색하다고 느낀 부분도 있었지만, 최근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만들어지면서 이런 제목이 어색할 거라는 생각은 편견이었음이 드러났다. 그런데 1967년 일본 개봉 당시 일본인들에게는 그런 용기가 부족했는지, 혜안이 부족했는지 독창적인 제목을 외면하고 말았다. "석양의 무법자"는 진부하기 이를 데 없으며 비슷한 제목의 다른 영화들 때문에 헷갈리기까지 한다.

이 영화의 이탈리아 포스터 역시 세 사람을 똑같은 비중으로 처리하고 있다. 배우의 배열도 역할에 맞게 왼쪽부터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 일라이 월라치(Eli Wallach), 리 반 클립(Lee Van Cleef) 순이다. 이들의 의상도 제목에 맞게 선정되었다. 이스트우드는 어깨에 망토 비슷한 것을 걸치고 있는데, 이런 종류의 의상은 대개 정의로운 영웅들이 입는다. 물론 이 영화에서 이스트우드 역시 범죄자에 불과하지만, 관객이 제일 동일시해야 하는 캐릭터다.

월라치는 못생긴 놈답게 구멍이 여기 저기 난 옷을 남루한 옷을 입고 있다. 가장 세련되게 비싼 옷을 차려 입고 있는 리 반 클립은 대개 영화에서 비싼 물건 소유하고 비싼 옷 입은 부자가 나쁜 놈이듯, 이 영화에서도 나쁜 놈이다.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포스터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홀로 서 있는 것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스타성이 다른 두 주연배우를 압도했으므로 세 명으로 구성된 포스터는 점점 힘을 잃어갔다. 하지만 이 영화의 제목과 가장 부합하는 것은 역시 이 포스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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