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목에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생전 바바라 월터스(Barbara Walters)와 인터뷰를 하면서 진주목걸이에 얽힌 황당했던 순간을 한 가지 털어놓았다. 남편 리처드 버턴과 라스베이거스 한 호텔에 머물 때였다고 한다. 진주 목걸이를 선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일어났던 일이다.

그는 리처드 버턴이 1969년 소더비 경매에서 낙찰받아 밸런타인데이에 선물한 진주목걸이를 착용한 채 맨발로 이리저리 방안을 거닐고 있었는데, 한순간 목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변을 둘러봐도 목걸이는 보이지 않았다. 이 진주목걸이는 ‘라 페르그리나(La Peregrina)’로 알려진, 현존하는 페어 쉐입(pear-shaped)의 천연 진주 중 최상의 질로 평가받는 것이었다. 사이즈만 해도 길이 2.5㎝, 너비 1.7㎝로 천연 진주로는 희귀하게 거대하다.

스페인 국왕 필립 2세(재임 기간 1556~1598년)가 첫 소유자로 기록되어 있다. 이후 영국 여왕 메리 튜더(Mary Tudor)가 소유한 적도 있었는데 1553~1558년에 그려진 다수의 초상화에서 ‘라 페르그리나’를 착용하고 있는 여왕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 역사적인 진주 목걸이가 호텔 룸 안에서 ‘실종상태’였으니 얼마나 놀랐을까. 다행히도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목걸이를 찾았다. 그때 “신이시여.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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