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펜스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의 ‘로프’(1948)가 60년이 지난 지금에도 빛을 발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단지 스릴을 맛보기 위해 대학 친구를 살해한 두 청년이 자축 파티를 열었다가 은사에게 들통 난다는 게 영화 줄거리다. 아파트 거실이란 제한된 공간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롱테이크(편집 없이 길게 촬영) 기법을 사용한다.

이들은 니체의 초인론을 오해하고 강자가 약자를 살육할 수 있다는 소신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다. 전후(戰後) 꿈틀거렸던 히틀러 망령에 대한 처절한 반성이 엿보인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절제된 문법도 소름 끼치지만 ‘묻지마 살인’이라는 현대사회 병폐를 일찌감치 짚어낸 혜안이 돋보인다.

6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로프의 센스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가장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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