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1년부터 4년 동안 피카소는 파리와 양친이 있는 바르셀로나를 왕래하면서 사회의 패잔자(敗殘者), 뒷거리의 영락한 사람들, 노인, 고독자 등의 인간상을 화면에 포착하였다. 그러나 결코 기지와 풍자를 쓰지 않고 대상에 충분한 공감을 가지고 그렸던 것이다. 대상은 짙은 블루의 거의 한 가지 색 속에 표현되고 있었다. 화면의 형체는 야위었고 선은 병적일 만큼 섬세하며, 색채는 어둡고 안타깝고 또한 아름답다. '눈물에 흥건히 젖은 예술, 촉촉한 계곡의 푸르름'(시인 아폴리네르의 평), 이것이 이른바 '청색의 시대'이다. 이 시대의 작품에는 <애정>, <늙은 유대인>, <다림질하는 여인> 등이 유명하다.

이 시대를 이어 짧은 기간인 '분홍색의 시대'(1904∼1906)가 계속된다. 화면은 밝은 연분홍색으로 채색되고 간소한 형체 파악으로, 대상은 겨우 물 속에서 이제 막 떠올라와서 화면에 붙여진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당시에 피카소는 몽마르트르의 아파트 '바토 라보아르(洗濯船)' (시인 막스 자콥의 명명)에 거처를 정하고 친구와 연인도 사귀게 되어 시야를 내면에서 외면으로 넓혀 갔다. 그는 서커스에도 흥미가 있어 <공을 타는 소녀> <아를퀴앵의 가족> 등 유랑하는 연예인을 많이 대상으로 하였다. 유명한 동판화 <살탐방크>(16점, 1913년 출판)의 제작도 거의 이 무렵이었다. 이 동판화는 유채(油彩)와 같이 방금이라도 형체를 잃을 것만 같은 섬세한 선으로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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