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는 중세 유럽에 나타난 남프랑스의 트루바두르, 북프랑스의 트루베르, 독일의 미네젱거의 대선배다. 서양 문학사에서 음유시인이라는 직종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셰익스피어(1564~1616)는 ‘에이번의 음유시인(The Bard of Avon)’이라 불렸다.

음유시인은 고달픈 직업이었다. 사실상 걸인에 가까웠다. 후세 사람들은 호메로스를 우상화하는 과정에서 그의 삶도 ‘풍족’하게 만들어줬다. 부와 명예를 거머쥔 호메로스가 시인학교 교장이 됐으며 수많은 도시들이 앞다퉈 그에게 명예시민권을 줬다는 전설이 생겨났다.

고대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기원전 65~8)는 그의 시론(Ars Poetica)에서 “그 훌륭한 호메로스도 꾸벅꾸벅 졸 때가 있다”는 말을 남겼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는 우리 속담을 연상시키지만 심각한 학술적인 의미가 내포된 말이다. 호메로스의 작품을 읽다 보면 죽었던 인물이 버젓이 살아 맹활약하는 경우가 발견된다는 말이다. 호라티우스가 발견한 것처럼 호메로스의 작품에는 앞뒤가 안 맞는 내용이 많이 발견된다. 근대 세계에서 호메로스 작품에 나타난 이런 모순은 ‘일리아스 오디세이아는 한 사람의 작품이 아니다’ ‘호메로스는 실존 인물이 아니다’라는 주장에 근거를 제공했다.(서구 학자들이 호메로스를 보는 시각은 모세를 보는 시각과 기본적인 구조가 같다. 일리아스오디세이아의 저자는 호메로스가 아니며 모세5경의 저자는 모세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호메로스나 모세나 실존 인물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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