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메스는 태어난 날부터 조숙하고 민첩하고 활동적이었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요람에서 기어나와 마케도니아의 피에리아로 간다. 아폴론이 목동으로 일하고 있는 곳으로 가 밤의 어둠을 틈타 ‘도둑의 신’ 답게 아폴론의 소떼를 훔친다. 헤르메스는 훔친 소떼를 펠레폰네소스 반도의 알페이오스 강가에 있는 필로스 동굴로 끌고 가 그 중 몇 마리를 올림포스의 신들에게 제물로 바친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킬레네 동굴로 돌아가 요람에 다시 얌전히 눕는다.

한편 소떼가 없어진 것을 눈치 챈 아폴론은 사방을 헤매다 킬레네 동굴로 간다. 아폴론은 태평스럽게 요람에 누워있는 헤르메스에게 자신의 소를 돌려 줄 것을 요구하지만 헤르메스는 끝까지는 아무 것도 모른다고 발뺌한다. 결국 제우스가 이 분쟁의 중재자로 나선다. 제우스는 아폴론에게 당장 소를 돌려주라고 명령한다. 곤경에 처한 헤르메스는 ‘상업의 신’ 다운 기지를 발휘한다. 그는 동굴 입구에서 만난 거북이의 등껍질로 만든 악기를 아폴론에게 화해의 선물을 내놓는다. 헤르메스와 아폴론 사이에 흥정이 이루어진다.

음악의 신 아폴론이 아름다운 리라 소리에 어찌 마음이 안 풀릴 수 있겠는가. 리라 소리에 매료된 아폴론은 리라와 소떼를 교환하고 헤르메스와 화해를 한다. ‘상업의 신’ 헤르메스가 첫 흥정에 성공한 순간이다. 그리고 아폴론은 헤르메스에게 날개 달린 지팡이 케리케리온까지 선물한다.(얼마 후 헤르메스가 목동의 피리를 만들자 아폴론이 이 악기를 탐냈고 그 대가로 케리케이온을 주었다고도 한다.) 헤르메스의 라틴어 명칭인 Mercurius는 영어 merchandise, mercari(거래, 무역), merces(품삯)의 어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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